
운동은 단순히 칼로리를 태우거나 몸매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최근 의학 연구들은 운동이 몸속 ‘호르몬 공장’을 가동시키는 놀라운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몸의 근육은 단순히 움직임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라, 호르몬을 분비하는 거대한 내분비 기관이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각종 화학 신호가 분비되는데,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아이리신(Irisin)이다.
2012년 처음 발견된 아이리신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단순한 ‘운동 부산물’이 아니라 대사 질환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며, 뇌 건강까지 지켜주는 치유 호르몬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아이리신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1. 아이리신, 운동할 때 근육이 내보내는 ‘치유 신호’
아이리신은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이다. 우리가 걷거나 달리기,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 속의 FNDC5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아이리신이 혈액 속으로 방출된다.
이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며 “운동이 시작됐다, 몸을 건강 모드로 바꾸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 에너지 소모 촉진 → 쉽게 말해, 창고에 쌓인 기름을 난로용 장작으로 바꿔 태우는 효과
- 인슐린 감수성 개선 → 혈당 조절을 도와 당뇨병 예방에 도움
- 심혈관 및 뼈 건강 개선 →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효과
즉, 운동은 근육이 ‘땀’만 흘리는 게 아니라 ‘약’을 만들어 몸 전체에 뿌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Panati 등(2018)은 아이리신이 대사 항상성(몸의 균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즉, 운동은 몸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도록 돕는 ‘내부 의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2. 비만과 대사증후군, 아이리신이 여는 새로운 길
비만은 단순한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질환·당뇨병·고혈압 등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아이리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Perakakis 등(2019)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리신은 비만과 대사증후군 관리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며, 지방세포의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즉, 살이 잘 빠지지 않고 혈당이 잡히지 않는 사람에게 운동이 약처럼 작용하는 핵심 메커니즘이 바로 아이리신이다.
또한 아이리신은 항염증 및 항산화 작용을 통해 면역 체계를 돕는다. 만성 염증은 암,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의 뿌리인데, 운동은 이 과정을 직접 제어하는 셈이다.
짧고 강한 운동보다 꾸준하고 균형 잡힌 운동을 할 때 아이리신 수치가 안정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3. 뇌까지 치유한다: 알츠하이머와 아이리신의 연결고리
아이리신의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바로 뇌 건강과의 관계다. Lourenco 등(2019)은 운동으로 분비된 아이리신이 알츠하이머 모델 동물의 기억력과 시냅스(신경 연결)을 회복시킨다고 밝혔다.
즉, 아이리신은 뇌의 학습 능력과 기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에게서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위험이 낮게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은 단순히 ‘몸매 관리’가 아니라, 뇌를 지키는 최고의 백신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감퇴한다고 느낄 때, 새로운 보조제보다 먼저 운동화를 꺼내 드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결론 – 운동은 최고의 처방전이다
- 근육에서 분비되는 아이리신은 지방을 태우고 대사를 개선한다.
- 비만과 대사증후군 같은 현대인의 질환을 완화한다.
- 뇌세포를 보호하고 치매 위험을 낮춘다.
이 모든 효과는 특별한 약이나 시술이 아니라, 운동이라는 자연의 처방전에서 시작된다. 하루 30분의 걷기나 가벼운 근력 운동만으로도 아이리신이 분비된다.
운동은 약이다. 아니, 어쩌면 그 어떤 약보다 부작용이 없고 강력한 약일지 모른다. 오늘 가볍게라도 몸을 움직여보자. 그것이 미래의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물이다.
참고문헌
- Panati, K., Suneetha, Y., & Narala, V. R. (2016). Irisin/FNDC5--An updated review. European Review for Medical and Pharmacological Sciences, 20(4), 689–697.
- Perakakis, N. et al. (2019). Irisin: A hope in understanding and managing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 Frontiers in Endocrinology, 10, 524. https://doi.org/10.3389/fendo.2019.00524
- Lourenco, M. V. et al. (2019). Exercise-linked FNDC5/irisin rescues synaptic plasticity and memory defects in Alzheimer's models. Nature Medicine, 25(1), 165–175. https://doi.org/10.1038/s41591-018-02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