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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다면: 내성의 경고

HealWise 2025. 9. 15. 03:26

 

기적의 약, 그러나 그늘도 있다

1928년 페니실린이 발견된 순간부터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폐렴, 패혈증, 결핵처럼 생명을 위협하던 감염병이 항생제 한 알로 치료되었다. 그래서 항생제는 “20세기의 기적이라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뉴스가 쏟아진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이 늘고 있다.” 바로 항생제 내성(AMR, Antimicrobial Resistance)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 AMR인류 보건에 가장 큰 위협중 하나로 꼽는다.

특히 한국은 감기나 기관지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항생제가 흔히 처방되는 문화가 있어 오남용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호주는 강력한 감시 체계(AURA 프로젝트)를 통해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두 나라의 차이는 내성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항생제 내성은 어떻게 생기나

세균은 생존에 매우 영리하다. 항생제에 노출되면 돌연변이나 유전자 교환을 통해 저항성을 획득한다. 이를테면 세균끼리 내성 유전자를 담은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DNA 조각을 서로 주고받는다. 이렇게 진화한 내성균은 기존 항생제를 무력화시킨다.

문제는 우리가 항생제를 너무 많이, 잘못 쓰고 있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처방, 환자의 조기 복용 중단, 축산업에서의 남용이 모두 내성 확산을 촉진한다. 내성이 심해지면 평범한 상처 감염조차 치료가 어려워지고, 제왕절개나 암 항암치료 같은 기본 의료행위도 위험해진다.

 

 

한국의 현실  오남용이 부른 높은 내성률

한국은 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2004~2012년 전국 14개 대학병원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내성균의 비율도 뚜렷하게 상승했다. 특히 3세대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같은 광범위 항생제 사용이 늘면서 다제내성균(MDR)의 발생이 함께 증가했다.

또한 환자 인식도 문제다. 일부는 감기에 걸리면 당연히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약 45%감기 치료에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의료진 역시 환자의 요구나 진료 시간 압박 때문에 불필요한 처방을 하는 경우가 보고되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NAP)을 세우고, 처방 가이드라인 강화와 교육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호주의 대응  철저한 감시와 교육

호주는 AMR 관리에서 비교적 선도적인 국가다. AURA(Antimicrobial Use and Resistance in Australia) 프로그램은 병원·지역사회·축산 분야의 항생제 사용과 내성률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그 결과, 호주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률 상승을 억제하는 데 성과를 보였다. 예컨대 2015~2020년 사이, 호주 병원에서의 항생제 사용량은 약 13% 감소했다. 동시에 지역사회에서도 바이러스성 감기에 항생제 처방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의료진 교육, 대국민 캠페인, 진단 기술 활용이 결합된 결과다.

 

 

글로벌 차원에서 본 AMR 위협

AMR은 특정 국가 문제를 넘어선다. 국제 학술지 Antibiotics 2024년 리뷰는항생제 내성은 이미 글로벌 보건 위기이며,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매년 약 120만 명이 내성균 감염으로 직접 사망하고, 500만 명 이상이 관련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추산도 있다.

특히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항생제 접근성과 남용이 동시에 문제가 된다. 일부는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쉽게 구할 수 있어 내성 확산이 빠르고, 다른 일부는 정작 필요한 상황에 항생제가 부족하다.

 

 

해법은 무엇인가

  1. 항생제 스튜어드십(AMS):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항생제 처방을 엄격히 관리하는 프로그램
  2. 대국민 인식 개선: 감기·독감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
  3. 진단 기술 발전: 감염이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빠르게 구분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처방을 막는다
  4. 대체 치료와 백신: 내성을 예방하는 근본적 방법은 예방 접종과 새로운 항균 전략이다

 

결론  내성은 막을 수 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항생제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잘못 쓰면 칼날이 우리를 향한다. 한국처럼 오남용이 심각한 곳에서는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호주의 사례는 철저한 감시와 교육이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내성균은 이미 병원 안팎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항생제를 요구하지 않고, 의사가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상을 막는 것, 그것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 Estany-Gestal, A., Salgado-Barreira, A., & Vazquez-Lago, J. M. (2024). Antibiotic Use and Antimicrobial Resistance: A Global Public Health Crisis. Antibiotics (Basel, Switzerland)13(9), 900. https://doi.org/10.3390/antibiotics13090900
  • Jeong, Y. I., Lee, H. Y., Lee, S., Jeong, G. Y., Kim, S. H., Kim, S., Seo, S. H., & Shin, N. R. (2025). Korea's National Action Plan on Antimicrobial Resistance: Focusing on the Appropriate Use of Antibiotics. Infection & chemotherapy, 57(2), 203–214. https://doi.org/10.3947/ic.2025.0028
  • Kim, B., Kim, Y., Hwang, H., Kim, J., Kim, S. W., Bae, I. G., Choi, W. S., Jung, S. I., Jeong, H. W., & Pai, H. (2018). Trends and correlation between antibiotic usage and resistance pattern among hospitalized patients at university hospitals in Korea, 2004 to 2012: A nationwide multicenter study. Medicine, 97(51), e13719. https://doi.org/10.1097/MD.0000000000013719